백일장

지난 주 변화무쌍했던 날씨를 생각하면, 우리 친구들 특별히 아픈 사람 하나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참 고맙습니다. 더우기 스페인 ‚출신‘ 오이가 주범이었다가 현재는 범인의 정체 자체가 오리무중이 된 Ehec Keim 감염 위험으로 어수선한 때, 다 들 웃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켜주어 아주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시작 시간이 다 되어서 교무회가 끝난 터라 교실을 향하는 걸음이 얼마나 급했는지요! 우리 친구들이 오기 전에 자리배치도 해야 할 터고, 수업을 위해 정리해 둔 자료들 위치 잡고, 눈도장 찍고…, 나름 자리잡힌 수업 전 의식을 치러야 할 시간이 되려나…, 이런 저런 생각이 지나면서 교실에 도착합니다. 아, 우리 반에 우렁각시가 있답니다!!!   

아빠를 따라 일찍 한글학교에 도착한 사라가 이미 좌석배치 마쳐두고, 본인의 책 예쁘게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제가 교실에 도착했지요! 제가 감동하는 사이 사라가 활짝 웃으면서 교실에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는 가 싶더니, 다음 주 시험에는 어떤 문제가 나와서 어떤 내용을 공부해야 할 지 어찌나 자세히 묻는지요? 사라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범생이랍니다. 사라에게 제가 많은 것을 배운다는 얘길 꼭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아빠랑 함께 제일 먼저 한글학교에 도착하는 재유는 오늘따라 아빠가 평소보다 좀 시간이 많이 필요하셨다고 하고, 지수, 인홍이 그리고 한참 늦어서야 승이, 신이까지 모두 함께 우리 6학년 교실 꽉 채워주었습니다.

1교시엔 우리가 6학년이 되면서 가장 먼저 배운 ‚시‘에 대해 환기했습니다.

시에는 반복적인 표현이 사용되고, 함축적인 단어들도 사용되고, 마음에 그림이 그려지는 심상이 떠오르게 된다는 내용까지 대부분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그 시절 수업내용을 기억해 주었고, 시의 비유적인 표현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라는 예고편 마치고 백일장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2교시 백일장에는 „우리 선생님“, „내친구“,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반을 칭찬합시다“라는 주제를 주고 이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글감으로 글을 쓰도록 했습니다.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의 분위기가 서로 사뭇 달라서 시간이 부족하도록, 종이가 부족하도록 꽁꽁 열심을 내면서 글을 쓰는 사라, 시종일관 종이에서 눈 한 번 안떼고 자유롭게 뭔가 적어내는 재유, 뭔가 더 맘에 드는 게 떠올랐을까, 아님 틀린 부분이 눈에 띄었을까, 지우고 다시 쓰고 반복하는 지수

반면에 우리 남학생들, 이름 쓰는 부분부터 장난삼아 자신의 종이에 다른 친구의 이름을 적었다, 지웠다…시작부터 딱히 매끄럽지 않은 우리 남학생들은 문장을 다 마칠 틈도 없이 다른 생각이 떠 올라 도무지 글쓰기에 집중하는 일이 여간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시간이 다 마쳐져서 쓴 글을 제출해야할 때가 되자,  가장 바빠지는 우리 남학생들 쓸 내용이 너무 많은데 단지 시간이 허락칠 않아서 마지못해 제출해야 하니 마침표를 찍는 일이 여간 아쉽지 않습니다.

 

글을 모아놓고 살펴보니, 제가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우리 반을 칭찬하는 글보다 선생님을 주제로 한 글이 많네요. „Alle Lehrer sind blöd!“ 하던 우리 친구들에게서 기대치 않았던 일이라 의외였는데, 표현은 안해도 우리 친구들 선생님에게 갖는 관심이 적지 않아서 많이 놀랐습니다.

신이, 5월 초 제가 경험한 오토바이 사고에 대해 맘을 쓰고 있었던 것도 신이 글을 읽고 알았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인홍인 제게 우리 친구들을 잘 참아주고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오늘이 인홍이에겐 방학 전 한글학교 마지막 수업이라 제가 개학 때 까진 기회를 잃은 셈입니다만, 개학하면 인홍이에게 잊지 않고 얘기해 주어야 겠습니다. „세상엔 사랑받지 못할 어린이는 없고, 어린이를 사랑할 줄 모르는 어른들이 있다“는 걸요!

 

이렇게 백일장도 잘 마쳐졌습니다.

해서, 3교시 부터 부지런히 수업을 진행했는데,

시를 이야기로 바꾸어 쓰기

-        제목, 주제 정하기

-        인물, 때, 곳 생각하기

-        이야기 순서 정하기: 시를 읽고 시의 내용을 처음, 가운데, 끝으로 나누어 이야기 순서를 정한다.

-        추가할 내용 생각하기: 대화나 장면 묘사 등 추가할 내용을 생각한다.

시와 이야기의 차이점

시는 반복되는 말이 나올 때가 많고, 연을 구별하여 쓰기도 하고, 비유적 표현과 감각적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이야기는 줄글과 대화글을 주로 사용하고, 시에 비하여 형식이 자유롭고, 장면을 묘사하거나 글쓴이의 생각을 자세히 쓴다.

 

이런 내용을 배우고는

읽기 152 쪽의  „송두리째 다 내놓았어“

글쓴이가 빨간 속살에 검정 씨앗이 드러나 있는 조각난 수박을 보고 수박이 친구와 오순도순 둥근 마음을 나누며 살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의 시를 각자 이야기로 바꾸어 써 보았습니다.

이야기 형식에 따라 „수박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수박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하는 내용의 글을 쓰게 했는데, 얼마나 아름다운 글들을 써 주었는지 꼭 자랑하고 싶습니다.

백일장을 한 이 후라서 였을까요? 계속해서 글을 쓰는 우리 친구들 얼마나 진지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은 지 제게는 감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교시엔

이야기를 희곡으로 바꾸어 쓰기

-        인물, 배경은 해설로 나타내기

-        인물의 행동이나 표정은 지문으로 나타내기

-        인물의 말은 대사로 나타내기

이야기와 희곡의 차이점

이야기는 말하거나 들려주기 위하여 쓴 글이고, 인물과 배경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 속에 풀어서 제시하고, 인물의 행동이나 표정을 줄글로 설명하듯이 말하고, 인물의 말을 „“로 나타낸다.

희곡은 연극을 하기 위하여 쓴 글로 인물과 배경에 대한 정보를 해설로 나타내고, 인물의 행동이나 표정을 지문으로 나타내며, 인물의 말을 „“ 없이 대사로 나타낸다.

는 내용을 확인하고,

읽기 153 쪽

„조개와 황새“

연나라는 서쪽으로 조나라, 남쪽으로 제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위협을 받고 있었다. 연나라는 제나라와 전쟁 중이라 이미 많은 병사를 제나라로 보내서 조나라와의 전쟁을 피하고 싶었다. 소대의 말을 들은 조나라의 왕은 연나라와 조나라가 싸워 세력이 약해져 있을 떄 제나라가 쳐들어 올 경우, 연나라와 조나라 모두 점령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여 침략 계획을 중지 하였다.

본문을 읽고 희곡으로 이 글을 바꾸어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해설을 써 내려가는 우리 친구들, 장소는 조나라의 궁궐, 조나라의 왕이 앉아 있고, 신하들이 그 앞에 허리를 굽혀 양 옆으로 정열했다, 조나라의 한 신하가 등장해 연나라의 소대가 사신으로 도착했음을 알린다….., 모두들 헐리우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작가가 될 소질이 있습니다.

글을 재미나게 읽느라 희곡 형식으로 글을 마쳐서 쓸 수가 없어서 숙제로 나머지 부분 다 써오기로 약속하고 수업을 정리했습니다.

 

참 감동적이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