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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6 23:22

성탄방학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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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문집에 실으려다 자리가 부족해서 누락된 제 글인데....., 부모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우리 교실 이 자리에 실어 봅니다.

이 번 성탄에는 우리 친구들과 좀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누실 수 있는 주제와 기회가 있기를 진심으로 각 가정에 소망해 봅니다. 우리 친구들, 그 사이 얼마나 생각이 자랐는지..., 아마 많이 놀라시고 자랑스러운 기회가 되실 겁니다. 복된 성탄의 축제가 되시기를.....!!!

 

오래 전 모 나라에 30여 개의 국어를 하는 수학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어찌나 이 많은 언어를 잘 구사하는 지 30개가 넘는 언어 중 모국어가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이 모나라에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수학자가 모나라 국왕과 내기를 하는데, 자신의 모국어가 어떤 것인지 일정한 기한안에 맞추지 못하면 나라의 정치를 이 수학자에게 넘겨 주기로 하여서는, 이 수학자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언어, 각 나라의 뛰어난 수학자가 다 모나라에 모여 각각의 언어로 담화를 나누고, 모국어가 과연 어느 나라의 말인지 선별해 내기로 하였답니다. 그러나 정해진 기한이 다 지나도록 어떠한 결정은 커녕, 감을 잡을 수 없을만큼 이 수학자의 모든 30여개 외국어가 각 각의 언어대로 모국어 수준으로 뛰어난 것이었다고 합니다. 기한이 다 되어 이 수학자에게 모나라의 정권이 이양되는 것이 확실시 되는 순간, 모나라의 참사였던 사람이 국왕을 향해 긴 계단을 올라온 수학자에게 다시 계단을 내려가 올라 올 것을 명령했답니다. 영문을 모르나 아직은 권력이 자신의 손에 넘어 온 것이 아닌 터라 하는 수 없이 계단을 내려가기 위해 돌아서는 수학자에게 이 참사가 일부러 다리를 걸어 데굴데굴 계단을 구르게 했습니다. 너무 놀란 수학자가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구르던 계단에서 겨우 몸을 일으켜 다시 왕 앞에 서자, 참사가 말하기를 지금 소리를 지르며 말하던 그 언어가 당신의 모국어요했답니다.

 

   언어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 하였던가요? 저는 언어가 마음도 담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중에 가장 마음이 담기고, 그 마음을 전하는 도구가 모국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반 친구들은 대부분 독일어로 다투어야 분한 맘을 담을 수 있고, 독일어로 생각해야 어디서 잘못되어 싸움이 되었는지 헤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리 친구들이 한국어로는 세세하게 자신의 맘까지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유로운 생각 주머니를 꽁꽁 묶어 가두지 않도록, 마음 문을 닫아 걸어 잠그지 않도록, 불편하지만 애써 표현하고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많이 주도록 하는 것이 올 한 해 한글학교 수업을 위해 제가 가장 노력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언어 역시 하나의 도구라 자꾸 사용하면 할수록 손에 맞아, 또 오래되면 될수록 소중해지고 간직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20년 전만 해도 이 곳 오스트리아 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름 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시절이었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지리적으로 위치한 한국을 소개하고 나면, 어김없이 이 두 나라 중 하나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무지에, 어쩌면 힘없고 유명세 없는 내 조국에 분통을 터트리곤 했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한류문화를 이끄는 주도국으로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좋은 만큼 유명한 세계적인 기업들의 모국이 되어있습니다. 현 세대의 우리 어린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워주는 데에는 세계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있었고, 모든 인종의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스포츠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한국이라는 나라를 생소해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더 어렵지 않습니까?

 

이 시점에서 한글을 배우는 우리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다 담아내는 그릇으로 우리말을 함께 빚어내고 싶습니다. 아직은 투박하고 질감이 떨어지는 그릇 밖에 빚지 못하지만, 좀 더 세월이 더하고 정성이 더해지면 장인의 손길에서 나오는 세련됨 조차 느껴지는 그런 날이 꼭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공의 화로에 함께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주시기를 감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