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 한 번쯤은 일탈을 꿈꾸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 하겠습니다. 더우기 학교는 방학을 해서 허락된 자유로움의 폭이 평소답지 않게 넓어진 상황이라면, 애써 토요일 오전 햇볕 좋은 아침에 한글학교를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 우리 친구들, 그 정성과 의지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요! 오늘 수업에 함께 해 준 친구들 하나하나 그 존재의 의미가 아주 깊이 그리고 새롭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재유가 언제나 그렇듯이 제일 먼저 자기 자리를 잡아주고, 승이, 신이 속속 교실로 들어 옵니다. 수업이 시작되야 할 9시 30분이 지나서도 도착하지 않는 친구가 궁금해진 승이, 원호에게 전화를 하는 가 싶더니…, 그저 짐작컨데 원호는 방학 첫 날 ‚방학을 방학답게‘ 집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원호의 단짝인 인홍이도??..생각이 이렇게 미치자 오늘 수업 참 조촐한 잔치가 될까…맘 한구석 서운함이 밀려 옵니다. 이 순간 원홍이, 멋진 자가용 ‚스쿠터‘ 앞세워 교실로 등장해 주네요. 원홍이 뒤엔 지수까지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할 요량으로 걸음을 내달았을 게 분명한 상기된 얼굴로 도착합니다. 사라는 어디만큼 왔을까? 전화를 해 봐도 연결이 되지 않고, 사라라면 결석할 일이 있을 때 미리 알려줄 친구라는 생각까지 보태고 보니 뭔가 심상치 않아 또 한 차례 연결을 시도해 보지만 결국 통화는 실패 했습니다. (나중에 사라의 언니가 있는 중등반 선생님께 물어본 결과 교회 행사에 참석했을 꺼라는 답을 듣고서야 사라가 방학 중 교회행사가 있어서 부활절 한글학교 특별수업에는 참석하지 못한다는 얘길 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그래도 사라야, 오늘 못온단 얘긴 없었는데….!!)
사라와 연결이 안된 것 때문에 뭔가 허전한 맘을 달래며 애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수업을 하려 하는데, 우리 친구들 인원 점검 하느라 어수선해서 애국가 제창은 맘에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노래 부르기 대신 가사를 쓰자고 제안하니까 의외로 다들 가사를 쓸 요량인데 원홍이 혼자 노래 부르는 쪽으로 의견을 제시합니다. 인홍이 혼자 독창을 할 분위기가 되자, 얼른 인홍이도 가사를 쓰고자 하고 이번엔 다른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고, 한바탕 웃고 나서도 인홍인 혼자라도 가사를 쓰겠다고 합니다. 해서, 인홍인 우리가 애국가를 제창하는 동안 가사를 쓰고 다른 친구들 모두 함께 애국가를 부르면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홍이, 애국가 가사를 꽁꽁 힘겹게 쓰는가 싶더니 반으로 접은 가사 적힌 종이를 제 책이 놓여 있는 틈 사이에 살짝 넣어 주네요!
이런 저런 사연 끝에, 교과서 읽기 84쪽을 시작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이 글의 주제는 „노래로 깨끗한 세상 만들기“로
1. 음식물 쓰레기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로 경제적 낭비가 심각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 오염의 주범입니다.
2.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널리 알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하여 실천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노래로 만들어 홍보하고자 하는 대회를 제안하는 글입니다.
환경오염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 친구들 학교에서도 여러 가지 대책 방안에 대해 배우기도 했을테고, 그 문제 자체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익히 배운바 있기도 하겠지만 특별히 아주 열띤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공통 관심사랍니다. 아주 어려운 한자어가 많이 있어서 읽기에는 힘든 본문임에도 불구하고 단락을 읽고나서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에는 전혀 어려움 없이 모두 대답할 게 다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더우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친구들의 의견을 묻고 이러한 의견을 적어달라고 하자, 포스터 같은 그림과 함께 아주 훌륭한 생각이 담긴 글들을 써 주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이러한 의견에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도 뚜렷했는데,
역시 여학생들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요리하기“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방법이 출발하는데 반해 남학생들은 „남은 음식물 처리 방법“에 훨씬 더 고심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다들 글쓰기가 포스터 그리기 같은 쪽으로 방향이 잡히자, 제가 이 그림/글은 집에 가서 냉장고에 붙여두고 다 같이 실천하자고 제안하였답니다.
공통적인 의견 외에 특별히
재유와 지수: 음식 남기지 않고 다 먹기, 먹고 남은 음식은 잘 보관하여 다시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여과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다른 사람들과 (특히 불쌍한 사람들)과 나누기
승이: 먼저 약간만 먹어 보고 맛있는 음식은 먹을 수 있는 양 만큼만 음식 덜기
신이: 빌라에서 장을 볼 때 꼭 필요한 만큼만 사기
인홍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 나누어 주기
등과 같이 어쩌면 각자의 성품을 닮은 의견들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인홍이는 음식물 남기지 않기에 대해 토론을 시작할 때,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금식하기라고 시작을 해서, 고난주간에만 해당하는 방법 말고 항상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 보라고 하니까 바로 가난한 사람과 나누자는 얘길 합니다. 미래의 훌륭한 사회사업가가 우리 반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신이는 토론 말고 뭔가 애써 그림을 그리길래 무슨 그림이냐고 묻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로케트“라고 합니다. 지구 상에는 음식물을 매립할 수 있는 한도가 넘어서 언젠가 우주상에 음식물 쓰레기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처리를 할텐데, 이 로케트는 무인 조정을 할 수 있고, 기계 내에 공기 순환 장치가 있어서 음식물이 내부에서 계속 부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한꺼번에 쓰레기를 분사하지 않아서 우주 공간 조차도 오염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 신이를 꼭 나사로 보내야 하지 않을런지요? 우리의 미래는 정말 어린이들 손에 있는 게 분명하고, 이런 정도라면 제 노년을 우리 친구들에게 맡겨도 안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친구들의 의견에 감탄하면서 교과서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 하였습니다.
글을 쓰게 된 상황:
· 글쓴이는 음식물 쓰레기의 경제적. 환경적인 문제가 심각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참여하기를 바라는 일:
· 글쓴이는 ‚노래로 깨끗한 세상 만들기‘ 대회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참여하면 좋은 점:
·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면 누구나 재미있게 익히게 될 것입니다.
· 노래로 만들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여러 사람에게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 입니다.
다만, 준비했던
어려운 낱말 익히기
낭비: 시간이나 재물 따위를 헛되이 헤프게 씀
비용: 어떤 일을 하는 데 드는 돈
주범: 어떤 일에 대하여 좋지 아니한 결과를 만드는 주된 원인
악취: 나쁜 냄새
부패: 물질이 썩어 못 쓰게 되는 것
홍보: 널리 알림. 또는 그 소식이나 보도
선율: 소리의 높낮이가 길이나 리듬과 어울려 나타나는 음의 흐름
표어: 주의, 주장 따위를 간결하게 나타낸 짧은 글
작성: 서류, 원고 따위를 만듦
제출: 문서나 의견 따위를 냄.
인원수: 단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의 수
변경: 다르게 바꾸어 새롭게 고침
제작: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물건이나 예술 작품을 만듦
는 시간 관계상 살짝 뒷 편으로 밀려 났습니다. 이렇게 2교시 까지 수업이 진행되었고, 오늘은 한인회의 주최로 무료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라, 한인 의사/간호사 협회 분들이 한글학교에 오셔서 피검사, 소변검사, 혈압체크 등을 해 주시고 결과를 알려 주시는 가 하면,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담까지 진행해 주셨는데, 3,4 교시엔 우리 반 학생들과 중등반 학생들이 ‚원자력발전‘에 관한 특별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어 더 이상의 수업은 없었습니다. 제 수업의 준비 내용으로라면:
교과서 읽기 95쪽
„식탁위의 작은 변화“를 읽고
1. 고단백, 고지방의 식사 습관은 어떤 문제를 가져 옵니까?
대장암과 같은 많은 서구형 질병을 가져옵니다.
2. 육류의 생산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칩니까?
엄청난 양의 곡물과 물이 소비도비니다.
방목장 건설을 위하여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너무 많은 방목으로 인하여 목초지가 사막화 되고 있습니다.
목초지와 양계장 등의 시술물에서 발생하는 오물은 토양과 물을 오염시킵니다.
오물 더미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대기를 오염시킵니다.
3. 채식을 하면 좋은 점이 무엇입니까?
건강에 좋습니다.
환경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가 참여를 바라는 일:
· 식사 습관을 채식으로 바꾸자
참여를 바라는 까닭:
· 채식을 하면 건강에 좋다
· 채식을 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 채식을 하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글쓴이가 추구하는 가치:
· 채식은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인이 선택해야 할 식생활 문화이다.
· 채식은 우리 몸에 좋다.
· 환경과 생명은 보호되어야 한다.
어려운 낱말
동참: 어떤 모임이나 일에 같이 참가함
열량: 열에너지의 양, 단위는 보통 칼로리로 표시함
육류: 먹을 수 있는 짐승의 고기 종류
서구형: 서구인의 문화나 생활방식에 영향을 받은
채식: 고기류를 피하고 주로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만 먹음
활성 산소: 생물체의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반응성이 큰 산소의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사육: 가축이나 짐승을 먹이어 기름
면역력: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
불균형: 어느 펴으로 치우쳐 고르지 아니함
염려: 앞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걱정함
보충: 부족한 것을 보태어 채움
유별: 보통의 것과 아주 다른
현대인: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 특히 현대의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등의 내용을 더 배웠어야 했을테지만,
사실 세미나에 참석해 있는 동안, 저 혼자 감동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이 너무 안타깝게 여겨졌습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제가 들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모르는 것이 불필요한 걱정과 염려를 불러와서 방사능 물질의 노출에 대해 근거없는 노파심을 가졌던 것이 해소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우리 친구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우리말 수준이라 얌전하게 자리를 지켜주었던 인내심에 감탄하고 칭찬해 주는 것으로 그쳐야 했습니다.
한편, 제게는 우리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제 목표가 분명해 졌다고나 할까요?
언제가 우리 친구들, 이렇게 세미나에 참석해서 내용의 이해는 물론, 자유롭게 질문까지 할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꾸기로 결정했습니다!!!
부활절 방학 우리 친구들 모두에게 신나는 날들이 되길 바라고, 존경하는 학부모님, 혹시 우리 친구들과 대화하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환경보호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 사항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주세요.
· 지구를 위하여 한 시간 불을 끕시다.
·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기 아마, 우리 친구들의 기발한 생각에 크게 놀라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