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회의를 하면서 우리 교실이 김나지움 마투라 준비로 인해 이번 주만 아래층 5학년 교실로 이동해야 한다는 교장선생님의 안내말씀을 듣고는 냉큼 새 교실로 내려가 자리 배치, 교재 등의 수업 준비를 마쳐 놓고, 안내문을 만들어 원래 교실로 얼른 뛰어 올라가서는 교실문 앞에 붙여두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새교실 문을 활짝 열어 두고는 목을 길게 빼 봅니다. 행여 헛걸음으로 2층에서 실망하지 않도록 달팽이 계단에 매달려 누가 먼저 나타나 줄까 기다리는 맘도 즐겁습니다. 재유, 승이, 인홍이, 사라…하나 둘 씩 나타나 주는데, 지수가 오늘따라 수업시간을 넘기도록 자리를 채워주지 못하고, 학교까지 따라왔다는 신이는 목감기에 걸려서 결국 차 안에서 수업이 끝나도록 승이와 동생을 기다리기로 했다는 소식에 그저 빨리 낫기를 바래 봅니다.
방학을 지나 다시 한글학교에 오는 걸음에 새교실, 평소 같으면 수업부터 시작해 놓고 늦는 친구를 기다릴 테지만, 새교실로 옮긴 터라 혹시 안내문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염려가 되어 지수를 기다리는 동안 안절부절 했었답니다. 십분 이상이 지연되자 우선 애국가부터 부르고 시작을 하려는데, 남학생 호응이 평소보다 훨씬 저조해서 여학생들은 제창하고 남학생들은 쓰는 것으로 결정하고는, 가만히 살펴보니 맞춤법에 맞춰 쓰기 어려운 몇 단어가 눈에 띄어 여학생들도 다 함께 가사를 써서 내라고 시켜봅니다. 이 무렵엔 지수도 이미 자리에 앉아서 가사를 쓰기 시작했고, „닳도록“ „보전하세“ 등의 단어를 정확히 짚어 가면서 모두 애국가 가사를 써서 제출해 주었습니다.
오늘의 수업은
인사말의 특성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교과서 듣.말.쓰 68쪽)
인사말의 뜻: 만나거나 헤어질 때, 축하하거나 격려할때, 고마움을 나타낼 때에 예의를 갖추어서 하는 인사말
인사말에서 듣는이와의 관계:
1. 지위, 나이, 친한 정도 등에 따라 형성되는 관계
2. 종류: 사적인 관계, 공적인 관계
인사말의 상황:
비공식적인 상황: 사적인 관계의 상대방과 주고받는 인사말
공식적인 상황: 공적인 관계의 청중을 상대로 하는 인사말
예) 환영사, 송별사, 감사의 말, 축사
인사말의 중요성: 적절한 인사말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거나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등의 내용을 먼저 배웠습니다. 계속해서 69쪽은 그림에 나타난 상황과 사회적 관계, 인사말의 내용등을 공식적인 혹은 비공식적인 상황 그리고 사적인 혹은 공적인 관계를 구별하여 빈칸을 채우는 연습을 했는데, 어느누구도 문제없이 이러한 단어의 습득은 물론 이려니와 해답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답니다!!!
계속해 비공식적인 상황에서 인사말 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교과서 75쪽)
시작하는 말 – 까닭을 들어 가며 하고 싶은 말을 하기 – 마무리하는 말의 구조로
상황: 내가 한적한 길을 갈 때 무서운 사람들이 말을 걸면서 위험에 처해 있는데, 친구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신고를 해 주어 다행히 구조 받았다.
글쓰기를 했습니다. 이 글쓰기는 책에 빈칸에 구조에 맞게 쓰는 것이라 글쓰기 이후 발표까지 해 주었는데, 사라의 글 중에 „도와줘서 정말 고마와!“ „…너무 무서워서 발이 움직여 지지 않았어…“ „….라면 함께 먹을까?“ 이렇게 실감나는 표현이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듣고 감탄했습니다. 아마 친구들이 쓴 글을 다 받아 왔다면 지금껏 읽고 또 읽으면서 한참 즐거웠을 터인데…, 책에 쓴 터라 제게 참 아쉬운 일이 되고 말았네요.
또, 공식적인 상황에서 인사말 하는 방법으로 예를 들면 학예회에서 사회를 맡았을 때
시작하는 말 – 자기소개 – 관계맺기 (듣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말하기) – 주요 내용 소개 – 마무리 하는 말의 짜임으로 교과서 78-79쪽의 예문을 구분하는 문제를 거뜬히 해냈답니다.
이 예제에서 마무리하는 말에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예쁘게 보아 주시고 아낌없는 박수를 부탁한다“는 내용에서는 지난 해 학예회 생각이 떠오른 친구들이 관객의 반응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말해 줍니다. 아마 친구들이 기대만큼은 관객의 많은 박수와 격려를 받지 못했는지 인사말 마무리엔 꼭 부탁을 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읍니다.
우리 친구들 반응이 이쯤되고 보니, 모두 백지 한 장씩 앞에 내놓고 우리 반 친구들 한명 한명 이름 먼저 쓰고 칭찬할 만한 한 가지 이상의 조건을 찾아 써달라고 부탁해 봅니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벌써 두 달을 함께 공부한 우리 친구들, 남학생들 중엔 올해부터 새로 한글학교에 등록한 재유, 지수의 이름조차 잘 모르고 있는 친구도 있네요. 사정이 이쯤되고보면 칭찬할 만한 어떤 조건을 찾기에는 서로 생소하기만한 그저 같은 교실(!)의 낯익은 얼굴인 정도가 전부이지 뭐겠습니까? 교회에서 하루에 5번 씩 칭찬하기 연습을 했다는 인호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칭찬을 위해 쓴 글을 보니, 친구가 입은 예쁜 옷, 신은 예쁜 신발, 예쁜 헤어 스타일…, 친구의 장점을 드러내 글을 쓰기엔 너무 많이 서로에 대해 모르는 채로 지내온 게 분명해 보입니다.
역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더 세심하고 예리하고 관찰력이 있어서
사라가 칭찬하는 지수는 글을 잘 쓰고 맘이 착하고 웃기기를 잘한다고 하고, 원호는 참 재미있고, 독일어를 잘하고, 친구들과 잘 지낸다고 하고, 재유는 그림도 잘 그리고 한글을 너무 잘 읽는다고 하고, 인홍인 게임을 참 잘하고 공부가 하고 싶을 때는 참 잘 한다고 하고, 승이는 독일어, 한국어를 다 잘 말할 수 있다고 하고 운동을 많이 하는 친구라고 합니다.
지수가 칭찬하는 사라는 착한 마음을 갖고 있고, 자기 것을 잘 나누어 주고, 항상 웃는다고 하고, 원호는 놀리지 않는다고 하고, 재유는 동물을 잘 그리고, 착하고, 잘 대해주고, 잘 빌려주고, 잘 웃는다고 하고, 인홍이는 웃기기를 잘하고, 승이는 잘 빌려 주는 친구라고 합니다.
재유가 칭찬하는 지수, 넌 그림을 참 잘 그리는 구나, 정말 착하구나! 사라 언니는 글을 참 잘 쓰네! 원호는 운동을 잘 하네! 인홍이는 핸드폰을 참 잘 다루네! 승이는 게임을 참 잘하네!
아……, 우리 남학생들!
친구를 칭찬하기에는 그저 너무 관심사가 달라서, 누구의 장점을 발견하는 데는 눈이 어둡고 캄캄하기만 합니다. 이런 점에 제가 그저 서운한 생각을 갖게 되어…, 사정을 하다시피 다음 시간까지 꼭 친구들의 장점을 적어도 하나씩은 생각해 달라고 신신당부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말을 할 때의 태도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공손한 태도로 말한다는 교과내용을 확인해 주고, 다음 주 공개 수업을 위해 서로 필요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혹은 여느 정보를 수집하는 매체를 통해 각자 알아 오기로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물론 공적인 상황에서의 인사말 하는 방법 교과서 81쪽 „대표 당선 사례“ 인사말 써오는 것도 숙제! 친구들 이번 주는 아주 바쁘게 지내야 할겁니다. 무엇보다 우리 반 친구 하나 하나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글도 써야 하니까요!
서로 칭찬을 잘 하는 6학년 우리 반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