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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5 22:03

Oestreicher?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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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문제이지만,
우리아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참 다루기 곤란한 숙제인것만 같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건, 이곳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건 한국말보다 독일어가 익숙한 아이들에게
한글을 배울 필요성과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에 대한 얘기는 너무 피상적인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거창한 얘기보다 미국에서 자란 저의 사촌동생의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고 싶네요.

제가 유모차를 끌어준 기억이 있는 그 아이는 3살에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후 거의 10년 만에 만난 '경수'는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익숙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함께 다녀간 고모의 얘기는 경수가 자신을 '미국인'으로 생각하고 '한국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밖의 이야기 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저의 가족은 물론 몹시 안타까워하며, 고모의 한 숨 섞인 하소연에 작은 위로밖에는 해 줄 것이 없었지요.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르고, 경수는 한국에 다시 오지 않았지만,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 되자,
뜻밖의 얘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철들고 나니 나의 얼굴생김새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더라. 그리고 내 부모님의 나라가 정말 나의 나라이다.'
그 후로 경수는 된장에 김치, 한국음식이 없으면 밥도 먹질 않고,
대학을 다 마치고는 자신과 같은 2세 혹은 이민 자녀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새로이 신학공부를 하며, 한인교회 전도사님으로
있다는, 정말 예상 밖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많은 부모님과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의 정체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시는 줄로 압니다.


수많은 시간을 뿔뿔이 흩어져 고통 받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이라는 강대국으로 다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성경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친 그들의 언어와 역사 때문인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없습니다만, 부모님과 저희들이 '인내심'을 갖고 잘 양육한다면,
우리 학생들이 모두 우리나라의 이름을 빛낼 멋진 사람들로 성장할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훈훈한 바람이 부는 4월의 끝자락에 새삼 우리아이들의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